흔해빠진 세계관 만화 쥴리엣 책방

얼마전에 레진 코믹스에서 연재하던 풀빠 작가의 흔해빠진 세계관 만화를 다 봤습니다. 루리웹에서 처음 연재하다가 한동안 업로드가 안 되더니 나중에는 핵전쟁 코믹스에서 연재하고 결국은 레진에서 완결을 봤네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신선하고 재밌는, 한국에서는 웹툰이라는 플랫폼으로는 만나기 힘든 작품이었습니다.


이야기는 그레고리 엘름이라는 인간 역사학자와 지니에라는 엘프 학자 겸 숲지기, 두 캐릭터가 주축이 되어 전개됩니다. 초반에는 간단한 배경 및 설정 설명으로 가다가 엘름이 사망하면서 이야기는 급변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그 둘과는 차원이 다른 존재들이 나타나서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두 사람의 모습이 이 작품의 포인트죠.

설정이나 배경 등은 작품의 제목이 시사하듯 흔해빠졌습니다. 물론 흔해빠진 것이 나쁜 것은 아니죠. 이 세상에서 독창적인 콘텐츠가 얼마나 되겠습니까. 기존의 것을 잘 조합하여 재밌는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창의적인 콘텐츠가 된지 오래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흔해빠진 세계관 만화(이하 ‘흔세만’)은 굉장히 좋은 조합을 보이고 있습니다.

세상과 인간, 엘프를 만들었지만 성격적으로 결함을 보이는 신들, 서로간의 알력을 일삼는 인간들, 오랜 수명이라는 축복을 받았지만 종으로서 한계에 부딪힌 엘프들, 그리고 신의 이름으로 폭력을 자행하는 종교. 이들이 엎치락 뒤치락하는 와중에도 균형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어디서 언뜻언뜻 본 것 같은 설정들이 직소퍼즐 맞추듯이 나열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식상하거나 지루한 느낌이 없었던 것도 장점이죠. 또 초반에는 개그와 패러디를 많이 섞어 독자들의 반응을 모으고 그 호흡과 반응을 그대로 후반부 전개까지 이어간다는 것도 이 작품의 장점입니다.

단점도 있습니다. 일단 이야기의 구조가 빈약해요. 큰 줄기는 두 신의 대립인데, 이 두 신을 갈등을 묘사하다보니 아까 언급했던 주인공들이 쩌리가 되었습니다. 솔직히 당장 죽어도 이야기 진행에 별 어려움이 없을 것 같더군요. 주연 인물들 중에서 개연성을 가지고 활약하는 인물이 적은 것도 단점입니다. 그나마 제일 설득력있는 인물이 ‘광기’였습니다. 미쳤기 때문에 뭘 해도 ‘맞아 쟤는 광기니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외에는 별로...올라비 왕자는 왜 지니에를 그런 식으로 가혹하게 내쳤는지, 르노렌과 에이론은 왜 나왔는지 작품을 끝까지 읽어도 모르겠어요. 아마 작가의 첫 장편이라 서사구조가 허술했던 것 같습니다. 잘 짜인 연극 무대 위에서 사람들이 연기를 하는데 좀 발연기를 하는 느낌? 게다가 이야기가 너무 훅훅 진행되어서 정신을 못차립니다. 얘가 누구였지 하는게 몇 번 있었거든요.

아직 많이 아쉬운 점이 있지만 작가의 말로는 엘름과 지니에의 후속 이야기도 있고 차후 흔세만의 배경을 차용한 후속작들도 다른 작가들의 손에서 만들어질 거라고 하니 기대가 되는 작품입니다.


덧글

  • 마법시대 2014/08/07 21:40 # 답글

    후반부에 힘이 많이 빠진 느낌이었죠. 1막이 끝났다는 느낌입니다.
  • 줴이 2014/08/07 21:53 #

    초반만큼 재미는 없었다지만 후반도 좋았습니다.너무 급전개가 되어 아쉬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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