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를 감시하는 자들은 누가 감시하는가? 쥴리엣 책방

요즘 레바 작가의 만화가 핫하네요. 여성커뮤니티들이 작품에서 여자가 작가의 간판 캐릭터인 읭읭이에게 맞고 썸이나 타러 가자는 표현이 다분히 폭력적이고 여성혐오를 조장한다고 레바 작가에게 적극적인 어프로치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도 연재 당일날 그 만화를 봤습니다. 처음에는 재밌어서 낄낄대고 봤는데 몇몇 인터넷에 올라오는 의견을 접하고 다시 보니 보는 사람에 따라서 불편해할 여지가 있더군요.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레바 작가를 공격하는 사람들의 자세가 굉장히 맘에 안 듭니다. 만화를 보고 기분이 나빠졌다는 건 이해하겠지만 작가 개인에게 인신 공격을 하고 하차를 요구하고 협박을 하다니요? 대체 자신들이 어떤 자격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인터넷 자경단원?

(이미지는 문제가 되는 내용만 추려서 편집한 것입니다.)

어느 여성 커뮤니티 게시판에서는 레바 작가에대한  비판이 활발합니다. 문제는 이들이 비판을 넘어서 인신공격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잘못을 했으면 그 잘못을 한 부분에 대해서만 비판하고 반성을 요구해야지 작가가 여성혐오자라느니 사회부적응자라는 근거 없는 추측을 하고 욕 먹을 짓을 했으니 얌전히 욕이나 먹으라는 글들이 보입니다.


이번에는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르겠지만 레바 작가에 코멘트를 남긴 사람입니다. 옹달샘만 까도 벅차니 레바 작가 하차 요구는 보류하겠다고 합니다. 대체 무슨 자격으로 하차를 운운하는지 모르겠네요. 게다가 선심쓰듯이 당분간은 살려는 드릴게라는 대인배스러운 면모까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계유정난때 살생부 들고 중신들을 때려 죽인 한명회가 생각나네요.


이번에는 레바 작가와 트위터에서 멘션을 주고 받은 분입니다. 이 분은 레바 작가가 작품에 대한 피드백 및 비판 외의 공격은 고소로 대처하겠다고 하자 그 태도를 비난하며 앞날이 창창한데 여성 혐오자라는 딱지 붙이기 싫으면 조용히 있으라고 협박을 합니다. 본인은 협박이 아니라고 생각하겠지만 제 3자가 봤을 때는 틀림없는 협박입니다. 

레바 작가를 비난하는 사람들은 지금 큰 착각을 하고 있습니다. 먼저 밝혀둘 것은 이번 <레바툰>은 확실히 그 표현의 수위가 남들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작품에 대해서 비판해야지 왜 작가 개인에게 일베같다, 여성혐오자다라는 비난을 하는 걸까요? 심지어 니가 욕을 먹는 건 니가 자초한 일이니 얌전히 욕을 받아라라는 무시무시한 말까지 합니다. 레바 작가가 도 넘은 모욕은 고소하겠다고 하자 그게 사과하는 사람의 자세냐고 덤빕니다. 덤으로 언젠가는 하차시킬 수도 있다는 말까지 했구요.

여러분, 지금 문제가 되는 <레바툰>은 겨우 상편만 나온 상태입니다. 아직 하편이 남아있습니다. 왜 작품의 단적인 면만 보고 전체를 판단하려는 건가요? 왜 작품의 편린만 보고 작가의 성격과 정신상태를 정의하는 건가요? 가스파 노에 감독의 영화 <돌이킬 수 없는>에서는 모니카 벨루치가 처절하게 강간을 당하는 씬이 나옵니다. 너무 사실적이라서 영화를 보던 사람 몇몇이 자리를 뜨고 심지어 구토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노에 감독에게 여성혐오자라는 딱지를 붙이던가요? 당장 영화 상영 중지하라며 소란을 피우고 사과를 요구하던가요? 전혀 안 그랬습니다. 영화가 보여주려는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서 강간씬을 넣었을 뿐 감독이 말하고자 했던 것은 여성혐오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물론 사람들이 영화의 날 것 같은 폭력성과 표현을 비판하고 욕하기는 했지만 적어도 감독에게 여성혐오라고까지는 안했습니다. 네, <레바툰>과 <돌이킬 수 없는>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나 표현이 비교불가능한 대상이라는 것은 압니다. 그렇지만 한 장면만 보고 그 사람은 판단하는 것은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오류라는 것을 우리 모두 잘 알지 않나요?

<왓치맨>이라는 그래픽 노블이 있습니다. 앨런 무어가 만든 작품으로 저번에 포스팅 했던 <브이 포 벤데타>도 이 사람의 작품입니다. <왓치맨>의 주제를 한 마디로 말하기에는 제가 아직 이 작품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지금의 상황과 잘 어울리는 주제가 하나 있습니다. '감시자들은 누가 감시하는가?' <왓치맨>에 나오는 슈퍼히어로들은 시민들의 안전을 보호하고 책임지지만 이들이 엇나가 버릴 수도 있으니 이들을 감시할 존재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결국 이 감시자들도 엇나가 버릴 수 있기 때문에 감시자라는 역할이 소용이 없다는 내용입니다. 작 중에서 '코미디언'이라는 히어로가 있습니다. 부조리한 현실에 대해 폭력적이고 과격한 조크를 날리는 사람이죠. 하지만 이 코미디언은 타락한 감시자에게 당하고 맙니다. 왠지 레바가 이 코미디언의 모습과 겹쳐집니다. 과격한 농담을 즐겨하지만 엇나간 인터넷 커뮤니티에게 저격당하는 모습,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한낱 인터넷 커뮤니티가 개인을 판단하고 제재할 권리는 없습니다. 그것이 잘못된 판단에 근거했다면 더더욱 그럴 권리는 없죠. 지금 몇몇 커뮤니티가 꽤 힘을 얻고 있습니다. 그들이 나서면 나머지 사람들도 우르르 따라붙어 무시할 수 없는 여론이 형성됩니다. 그렇다면 그 커뮤니티의 정당성은 누가 증명해주는 건가요? 그들에게 동조하는 분들이 있다면 한 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들이 주장하는 바가 과연 사실인지, 타당한지, 믿고 따를만한 가치가 있는지. 




덧글

  • Dustin 2015/05/05 15:20 # 답글

    우리나라 여성들이나 남성들이나 죄다 피해의식에 빠져 사는 것 같습니다.
    자기들은 사과받아야하는 존재며, 자기들이 용서할 수 있는 능력자며, 본인들은 아무 문제가 없으며 모든 것은 사회와 타인의 잘못이라는 피해의식에 빠져 살아요.
  • 줴이 2015/05/05 15:25 #

    그건 일부의 문제지 전체의 문제는 아니죠. 여시랑 일베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집단이 아니듯이 말이죠. 그래도 요즘은 피해의식에 빠진 사람이 많다는 의견에는 십분 동의합니다.
  • ㅇㅇ 2015/05/05 16:30 # 삭제 답글

    영화였으면 조용했을텐데 소설 만화 책은 가만히 놔둘수 없는 미개함
  • 줴이 2015/05/05 17:07 #

    그러고보니 이 사태의 근본에 컨텐츠 차별이 있을 수도 있겠네요.
  • 지나가던과객 2015/05/05 17:12 # 삭제 답글

    영화산업이야 대형회사가 꽉 잡고 있으니 저런 식으로 까내렸다간 고소당하지만, 만화나 소설은 영화에 비하면 구멍가게 수준 아니겠습니까?
    저작권 관련 이외에 저런 식의 까내림에 대응했다는 얘기가 없으니 날뛰는 사람이 있을 수밖에요,
  • Real 2015/05/05 17:25 # 답글

    지금 문제를 만든 저 애들 수준이 자기들이 무슨짓을 하는지 모르고 있으니 저러는거죠. 뭐 까기 바쁘니까 하차하라고 하는거 아니다라는 저런 얼토당토하지 않는 말을 당당하게 할수 있는게 단순하게 익명성 뒤에 숨어있어서일지도 모르지만 기본적으로 자기들이 지금 레바 작가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려고 하고 있다는건 알고있지 않다는걸 볼수 있으니까요. 커뮤니티 사이트들이 난립하면서 그리고 오프라인 행동이 부각되거나 그것이 주목받고 뜬다라고 생각하는 문제가 결국 이런 식의 병폐들로 나오고 있는거 아닌가 싶습니다.
  • neosrw 2015/05/06 20:36 # 답글

    북두의 권보면 어떤 말을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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